낙후된 철공소 공장가가 트렌디한 문화 명소로 변신

거칠고 분위기 살린 인더스트리얼 간판 트렌드 1번지

문익점의 목화 전래지라서 ‘문래’라는 지명이 붙은 문래동은 그 이름처럼 1960년대까지 방직공장이 많았다. 개발시대의 아픈 그림자를 품고 살던 젊은이들이 이 곳에서 땀을 흘렸다. 그 뒤 방직업이 쇠퇴하면서는 철공소들이 몰려와 대한민국 철강재 판매 1번지로서 호황을 누렸다.

■산업이 떠나간 자리가 문화로 채워져
그러나 도시의 변화는 쉼없이 이어지게 마련. 2000년대 들어서면서 철재 상가도 내리막을 걸었다. 업장들이 하나 둘씩 떠나고 덩치 큰 철공소 수십여 개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던 이 곳에 언제부터인가 젊은 창업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예술가들의 스튜디오가 들어서고, 공장을 리모델링한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들이 문래동을 찾은 이유는 바로 저렴한 임차료와 색다른 분위기에 있다. 홈그라운드였던 홍대나 대학로 등의 상권이 커지면서 높아진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하자 월세가 싸면서도 낡은 공장가라는 특징을 지닌 이 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대로변이 아니더라도 온라인 홍보를 통해 얼마든지 고객을 끄는 법을 알고 있는 트렌디한 점주들은 문래동 특유의 낡고 거친 분위기에 매료됐던 것. 여기에 서울시의 도시재생 지원사업이 더해지면서 지금의 문래창작촌이 탄생하게 됐다. 낡은 공장가에서 새롭게 거듭난 문래동은 이제 차별화된 콘텐츠를 찾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낡음을 이용한 새로움…문래의 간판 미학
이 거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매장의 간판이다. 깔끔한 간판과는 거리가 먼 빈티지한 간판들이 낡은 공장 건물마다 액세서리처럼 달렸다. 이런 간판의 분위기는 매장 실내로도 이어진다. 공장에서 쓰던 배관과 철제 탁자들을 그대로 활용하는 곳들이 많다. 바로 최근의 공간 디자인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중 하나인 인더스트리얼 무드다.

인더스트리얼은 영어의 인더스트리(industry)에서 온 개념으로서 ‘산업의’, ‘공업용의’ 라는 단어 의미에서 짐작할 수 있듯 기계화와 대량생산이 부흥했던 시기나 그 당시를 연상케 하는 조명 및 소재로 연출한 스타일을 말한다. 공장, 공사현장 등 산업적인 분위기를 디자인 모티브로 하고 있는 만큼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에서는 정교한 마감이나 깔끔한 느낌보다는 투박하고 빈티지한 분위기가 강조되는 게 특징.

문래동은 이런 인더스트리얼 무드를 내는 데 제격이다. 공장으로 사용되던 건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큰 보수를 하지 않고 가구의 배치만으로도 멋진 인더스트리얼 무드를 연출할 수 있기 떄문이다. 간판도 마찬가지. 낡은 벽면을 억지로 가리고 번쩍이는 간판을 달기보다는 그 낡음에 어울리는 간판들이 달렸다.특히 네온사인을 간판으로 사용한 곳이 많은 것도 특징인데 지난 산업화 시절의 향수가 담긴 네온사인이 옛 산업화 시절의 감성을 떠올리게 하는 좋은 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신한중 기자[ⓒ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