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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중 l 제379호 l 2017년 12월 26일 l 조회수:491
    FOCUSE - 옥외광고 제작 자동화의 역사

    자동화 시대, 사라진 것들과 사라지는 것들

    지금 옥외광고시장은 자동화의 물결 속에서 끊임없는 변화가 진행 중이다. 제작과 관리의 많은 부분이 수작업에서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그 범위는 점점 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이런 자동화는 업무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수작업에 기반 했던 산업이 자동화 체계를 갖춰가는 과정 속에서 많은 직업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며, 지금도 사라져 가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시대가 펼쳐지면서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업무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서는 옥외광고산업의 자동화 기술 발전에 따른 지난 역사를 짚어보는 한편, 앞으로 도래할 새 시장 환경을 예측해 본다.

    ▲옥외광고 자동화의 시작은 현수막 제작

    옥외광고시장에서의 자동화는 현수막에서부터 시작됐다. 지금 현수막은 당연히 대형 프린터로부터 단 몇분만에 쭉쭉 인쇄돼 나오는 출력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 현수막에도 자동화 이전의 시대가 있었다. 현수막 대중적 광고물로 급부상한 건 88올림픽 이후, 부동산 경기가 타오르면서 부터다. 당시의 현수막은 접착성 풀과 안료, 물 등 섞어서 만든 물감으로 천에 직접 글씨를 그려서 만드는 날염 현수막이었다. 초기에는 큰 붓으로 서예를 하듯 글씨를 적었는데, 나중에는 글씨를 음각으로 새긴 종이를 데고 날염풀을 적신 롤러를 미는 방식으로 다소의 양산체제를 갖추기도 했다. 이 작업방식은 현수막을 넓게 펴놓고 칠해야 했기 때문에 90×500cm 한 장을 만드는데도 넓은 공간과 상당한 건조시간이 필요했다. 따라서 여러장을 동시에 제작하기 위해서는 마당 등의 작업 공간이 부족해 인도에까지 현수막을 죽 펴놓고 많은 인력이 올망졸망 모여서 칠을 하는 풍경이 흔했다. 본격적인 현수막 제작 자동화는 2000년대에 들면서 시작됐다. 써멀 방식 출력 프린터의 보급이 이뤄지면서, 이른바 실사출력 현수막이 등장한 것. 여기에 피에조 방식 프린터가 대중화되면서 본격적인 대량 출력 시대로 열리기 시작했다.

    ▲수십명이 해야 할 일 프린터 1대가 대체

    이때까지만 해도 출력용 안료잉크 가격이 리터당 10만원이 넘었고 현수막천도 실사출력용은 고가였기 때문에 수제작 방식 현수막이 근근히 끈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대량 생산에 따라 점차 시장이 커지고 잉크와 소재의 단가하락이 이어지면서, 지금에 와서는 수제작 현수막은 특별한 의미 부여를 위한 작업이 아니면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이런 자동화 과정을 지나면서 초기 설비투자를 감행한 일부는 큰 부를 얻기도 했지만, 많은 현수막장이들이 일자릴 잃을 수밖에 없었다. 수십명의 사람이 하루종일 붙잡고 있어야 할 물량을 단 1대의 프린터가 담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실사출력 프리터의 성능은 날로 향상되고 있다.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다양한 부가 기능을 통해 커팅이나, 잉크교체, 관리작업 등 출력과정 전반에서 사람이 할 일을 대체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신장비는 몇 대의 프린터 작업량을 혼자 감당할 만큼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현수막 칠장이의 일을 넘어, 이제는 장비 관리자의 역할마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채널사인 대중화가 간판 자동화 흐름 견인

    간판 제작업의 자동화는 채널사인의 대중화와 맞닿아 있다. 이전 플렉스 간판과 달리 채널사인은 긴 철판을 꺽거나 구부리고, 형태에 맞춰 캡을 잘라내 붙여야 하는 등 일련의 작업과정이 까다로운데, 이 작업을 대체하기 위해 다양한 자동화 장비가 도입되기 시작한 까닭이다. 초기 채널사인 제작방법은 하드보드지를 가공해 상자를 만드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긴 철판에서 각을 잡아야 할 곳에 홈을 낸 후, 손으로 꺾고 기둥에 대고 휘는 등의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아날로그 V커팅기와 같은 보조장비가 나왔고, 지금은 채널밴더와 CNC라우터 등의 자동화 장비가 인력을 완벽하게 대체하고 있다. 여기에 소재 재단, 용접, 타커 등 기초 작업과 관련된 자동화 신장비들도 등장하면서 시장 전체에 자동화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간판 제작분야의 자동화 흐름은 출력업의 역사를 복사하듯 유사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다만 그 이유는 조금 다르다. 출력업의 자동화가 오직 대량생산과 원가절감에 목적이 있었다면, 간판 제작분야의 자동화 흐름은 비효율적인 인력 운영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점이 크다.
    간판업은 극도의 경기 민감형 업종이다. 이런 경기 민감형 업종은 호·불황에 따른 업무량 차이 가 매우 커서 인력을 늘리고 줄일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이른바 ‘간판일당’으로 불리는 일용직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문제는 기존의 일용직 숙련공들은 고령화되고 있는 반면, 기술을 가진 젊은 인력의 유입은 극히 드문 것이 간판업종 의 현실이라는 점이었다. 필요한 시기에 가용 가능한 인력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 그렇다고 숙련 공을 상주인력으로 뽑자니 고정 비용 지출로 인해 불황시기를 견뎌낼 힘이 부족해진다. 결국 간판업계는 이런 딜레마를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대응했다. 자동화 장비는 초기 투자비 이후 추가적인 비용이 많지 않은데다, 일감이 많을 때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돌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따라서 업주 입장에서는 인건비 비용을 장비로 대체하는 게 보다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간판 공장에는 아무리 작은 업체라도 채널벤더, 레이저조각기 정도는 갖춰져 있다. 초기의 투자비용이 들어가지만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할 인건비에 비해 자동화가 경제적이라는 것을 시장이 검증한 것이다. 자동화 장비의 발전과 가격 하락, 서비스의 발전 또한 간판 자동화 시대를 견인하고 있다. 지금 간판 자동화 장비들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가격대는 낮아지고, 반면 다루기는 더 쉽고 편리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시장의 팽창과 함께 수많은 제조·유통사들이 몰려 경쟁함에 따라서 전반적인 가격 하락과 기술 개선이 이어진 까닭이다.


    ▲대형 공장 위주로 재편된 시장… 일자리 잃은 간판장이들

    자동화 시스템은 업무의 효율성을 크게 개선했다. 하지만 장비가 들어선 자리에 사람이 설 곳은 없었다.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자동화 흐름에 밀려 일자리를 잃었다. 또한 자동화 장비를 구입할 여력이 없거나, 장비 사용에 적응하지 못한 소기업들도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었다. 자동화 흐름은 마진보다는 생산성을 통한 가격경쟁 위주로 시장 구조를 재편했기 때문이다. 다수의 장비를 보유한 대형 공장들이 물량을 빨아들이는 동안, 동네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호흡하며 업을 이어온 간판업자들은 갈 곳을 잃었다. 물론 간판 가격 경쟁의 모든 원인이 자동화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자동화가 이 흐름에 불을 당긴 것은 사실이다. 지금의 간판 제조업은 간판을 만드는 엔지니어로서의 직업보다는 자동화 시스템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오퍼레이터형 직업으로 변해가고 있다. 여기에 간판의 디자인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도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어 간판장이로서의 능력에 대한 기대는 점점 줄어가고 있는 추세다. 또한 AI기술의 발전에 따라 출력장비, 채널벤더, CNC라우터, 레이저조각기 등 자동화 장비의 무인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젠 오늘 하고 있는 내일도 할 수 있는 일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형국이 되고 있다.


    ▲또 다시 변화하는 시장환경, 한 발 먼저 대비해야

    옥외광고업계의 자동화 시스템은 출력업과 제작업 모든 부분에서 대형 공장 위주의 시장 구조를 야기했다. 하지만 AI 등 최근 새로운 기술의 발전은 시장 환경을 또 다시 변화시키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새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가 어떤지는 지난 역사를 통해 이미 확인한 바 있다. 물건은 공장에서 만드는 거라고 가르친 것이 산업혁명이다. 인간은 기계를 이길 수 없고, 개인은 대형 시스템의 효율성을 능가할 수 없다고 했던 것이 지잔 산업혁명의 주된 내용이다. 그런데 개인을 떠나 공장으로 넘어갔던 제조 터전이 다시 개인에게 돌아오게 하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다. 아직 갈길이 멀긴 하지만 3D프린터를 기반으로 공유 제조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자신만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1인 제조업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간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최근의 젊은층들은 대량생산된 공산품 큰 관심이 없다. 자신만을 위해 맞춤 제작된 제품을 선호한다. 찍어내듯 만들어 낸 천편일률적 간판보다는 밀접한 거리에서 자신만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소기업만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것. 공간디자인 전문업체 이노보디자인그룹의 김명광 실장은 “지금의 환경은 물량 공세에 나설 수밖에 없는 덩치 큰 업체보다 소비자 니즈에 맞춰 영민하게 움직이고 대응할 수 있는 소기업이 유리한 상황”이라며 “또자동화 시스템은 적은 인력으로도 모든 작업을 가능케 하는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와 서비스를 가진 젊은 기업들에게 기회가 열려있다”고 분석했다.


    신한중 기자[ⓒ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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